불가사의한 반말 던전

[반말 일기] 인간관계는 너무 어렵다..

몽상가 유원 2025. 3. 14.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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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몽상가 유원입니다 :)

불가사의한 반말 던전 카테고리의 [반말 일기] 글들은

제가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두서 없이 적는 글입니다.

따라서, 편의상 반말로 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기에

이 부분이 불편하신 분들은

다른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유 원 드 림 -

 

 

 

 

어제, 전 직장동료 C에게서 안부 카톡이 왔다.

3년 만이던가?

처음엔 살짝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내 반가웠다.

 

전 직장동료 무리에는 A, B, C가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가장 많은 추억이 있는 동료가 C이다.

 

허나 나는 3년 전 그 무리를 손절했다.

그 당시에는 단톡방에 '조용히 나가기' 기능도 없어서

'대놓고 나 너네 손절하는 중' 이게 티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에도 B와 C는 내 생일을 챙겨주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들의 생일을 챙겨주지 않자,

'아 유원이가 진짜 손절하려고 했던 거구나.' 라고 느낀 것 같다.

 

그렇게 멀어진지 어엿 3년 정도가 지났다.

그러다 C로부터 뜬금없이 안부톡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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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함도 잠시 우리는 언제 멀어졌냐는 듯,

아주 신나게 카톡으로 수다를 떨었다.

 

C는 주기적으로 내가 많이 생각이 났고 보고싶었다고 그랬다.

나도 연락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때는 그 무리에서 조용히 멀어지고 싶었다고

후일담(?)을 얘기했다.

갑자기 그렇게 동굴속으로 들어가버려서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시간이 꽤나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줬다는 것은 

나에게는 가슴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도 누군가에게 의미있게 기억되는 사람이구나,

나도 누군가가 그리워하는 사람이구나.

 

그래서 내가 먼저 만나자고 약속 얘기를 꺼냈다.

예전에는 내가 손절하려는 걸 눈치는 챘지만

그럼에도 자꾸 나에게 다가왔던 C였다.

난 늘 밀어내기에 급급했는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C에게 구체적인 약속 일정을 잡아버린 것이다.

 

 

 

 

그 약속을 캘린더에 저장하고, 내 맘은 들떠있었다.

오랜만에 사진첩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 얘기를 엄마와 동생에게도 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반응과는 사뭇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엄마와 동생은 너무 갑작스럽게 연락이 오는 건

무슨 목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닌지 조금 의심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솔직히 내가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나?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왜 다들 인간관계를 이렇게 계산적으로 생각할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내가 순수하게 그리워서, 보고싶어서 연락한 거 일수도 있지 않나?

진짜로 목적 없이 그냥 연락하고 싶어서 그런 거 일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흔들렸다. 

 

 

 

 

가족의 말 몇 마디에 흔들리는 내가 굉장히 우유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이리도 매정하지 못한 사람이었던가?

 

생각해보면 나라는 사람이 많이 변한 것 같다.

애초에 그 무리를 떠날 때에도

굉장히 독한 마음을 먹고 떠나왔던 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독기'라는 것은 사라져버린 것 같다.

 

항상 악으로 깡으로 악바리처럼 버티던 나였다.

하지만 요 근래에 들어선 내가 융통성이 생긴건지

마음이 꽤나 유들유들 보드라워진 것 같다.

 

어쨌든, 가족들의 조언에 생각이 꽤나 많아졌고

나는 그 당시에 그 무리가 나에게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그리고 나는 왜 그 사람들을 손절하기로 결심했는지

다시 한번 회상해보았다.

 

 

 

 

 

나는 A를 가장 많이 좋아했었다.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내고, 친하게 지냈던 건 C이지만

내가 가장 좋아했던 동료는 A였다.

 

A는 승무원을 준비했을 정도로

같은 여자가 봐도 너무 예뻤기 때문이다.

 

그리고 옆자리에 앉아서 일했기 때문에,

B나 C보다 훨씬 더 끈끈하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하지만 A는 나를,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A는 B와 훨씬 더 친했고,

내가 끼어들 수 없는,

둘이 주말에도 사적으로 놀러다니고 그랬다.

 

내가 퇴사를 하고 나서도 

그 무리에서는 나 빼고 A, B, C는 공통된 주제로 얘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친했다.

 

굳이 나를 왜 부른 걸까?

나는 없어도 될 것 같은데ㅎ

이런 생각을 늘 집에 오면서 했던 것 같다.

 

 

 

 

 

A와 좀 더 친해지고 싶었고,

A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A는 우리 중에서 제일 먼저 결혼을 했고,

가장 마지막에 만났을 때엔 아이까지 가졌기 때문에

이젠 나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B.

나는 솔직히 B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B는 나랑은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

 

뭐랄까.. 너무 철딱서니 없는 말괄량이 막내딸 느낌?

그냥 오냐오냐 이쁨받고 자라서

자기 할 말 다하고, 자존감도 높고, 이것저것 요구할 줄도 아는데

이런 B가 나는 불편했다.

 

그리고 B는 성격이 항상 자기가 우두머리에 있어야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를 좀 깔아뭉개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를테면, 찐따남 소개팅 주선해주기 같은 것들..

근데 그 남자는 여기저기 소개팅 폭탄돌리기 하다가 나한테 넘긴거라든지..

 

 

 

 

 

나한테 결혼하고 싶으면 재미를 포기하고 술을 줄여야 한다는

훈계질을 한다든지ㅎ

 

그래놓고 지는 술퍼마시고 A랑 토토가 or 밤사가서 헌팅하고 남자들이랑 놀다가

마지막엔 거의 10년지기 남사친이랑 서로 어장치던거 끝내고 사귀고 결혼함ㅎ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청첩장 모임도 안함ㅎ

 

내가 어떻게 사귀게 된 건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다른 사람들 말엔 별 짜증 안 내다가

나한텐 '나 그렇게 내 남편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 아니야!' 이런 식으로 짜증내기ㅎ

 

그리고 모임에 먼저 와서 기다리는데

들어오는 나를 보고 헷갈렸는지 '저거 유원 아니야?' 라고 

나를 '저거'라는 말로 지칭한다든지ㅡ_ㅡ..

 

솔직히 나와 교집합이 1도 없는 사람이라서

어쩔 수 없이 모임 때문에 봐야했지만

이미 나 빼고 서로서로 친한데 내가 왜 굳이 끼어야 했나

참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원인 제공자가 B였다.

 

어찌나 가십거리를 좋아하는지,

ㅇㅅㅌㅈ라는 커뮤 맨날 들여다보고

무슨 화젯거리 있으면 시시콜콜 농담따먹기 좋아하는 B였다.

 

 

 

 

 

C는 솔직히 자기 잘난척이 너무 심했다.

기승전 자기 깔대기(?), 자기 자랑으로 끝이 났다.

결국엔 '나 잘났소.' 로 마무리되는 게 항상 미스테리였다.

 

나는 리액션 담당이라

내가 칭찬해주고 우쭈쭈해주고 이러니까

이거 듣고 싶어서 나한테 자기의 잘난 점을 시시콜콜하게 털어놓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연락이 왔을 때도,

은연중에 자기가 최근에 다룬 업적(?)을 넌지시 얘기 하더라고.

아, 이거 얘기하고 자랑하고 싶어서 나한테 연락한건가?

 

이제 A랑 B는 애기까지 낳아서,

본인이 느끼기에도 멀어지는 것 같으니까

괜히 나한테 연락한건가? 싶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C랑은 만나서 놀면 재밌기야 하겠지만,

그런 만남이 많아질수록 'A와 B랑도 같이 볼래?'라는 말이 안 나올 수가 없거든.

 

그러면 또 다시 원점.

도돌이표다.

 

독하디 독하게 끊어낸 결과가 결국 도돌이표.

그것만은 막고 싶었다.

 

 

 

 

 

결국 자기 전에 미안하다고 장문의 카톡을 보냈다.

내용은 대충,

연락해줘서 고맙지만 나는 그때의 사람들은 시절인연으로 남겨두고 싶다.

이런 내용이었다.

 

벨튀처럼 카톡을 보내고 폰 덮고 자려고 했으나

바로 1이 사라지는 매직..

후다닥 폰을 덮었으나 잠이 오지 않아 슬쩍 열어보았다

 

카톡은 2개가 와있었다.

마지막에 보여지는 메세지는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고 언젠가 좋은 마음으로 볼 수 있을 때 연락줘요! ...'

그 뒤에 ... 에 가려진 톡은 뭘까..

 

솔직히 볼 용기가 안난다..

그렇다..

난 회피형 인간이다^_ㅠ..

 

하지만 J라 떠있는 2를 자꾸 없애고 싶다.

하지만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란 인간 결국 친구한테 대신 열어봐달라고 할 것 같다.

내가 언제 이렇게 멘탈이 나약해졌고 쿠쿠다스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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