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한 반말 던전

[반말 일기] 때 묻지 않은 사람?

몽상가 유원 2025. 2. 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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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몽상가 유원입니다 :)

불가사의한 반말 던전 카테고리의 [반말 일기] 글들은

제가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두서 없이 적는 글입니다.

따라서, 편의상 반말로 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기에

이 부분이 불편하신 분들은

다른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유 원 드 림 -

 

 

 

 

며칠 전에 신점을 봤을 때

그 무속인이 나에게 너무 때가 묻지 않았다고 얘기하더라.

그런데 그 말이 계속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고,

비단 지난번뿐만이 아니라, 종종 그런 비슷한 얘기를 내가 듣는 것 같다.

 

때 묻지 않는 사람 같다.

너무 여리다.

너무 순진하다.

순수하다.

때가 안 탄 것 같다.

세상 물정 모르는 것 같다.

 

이런 류의 얘기를 꽤나 들으면서 살아왔다.

그런데 사실 난 바보가 아니다.

 

이런 얘기를 듣는 내 입장에선,

나도 내 잇속 챙기고 계산적으로 따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사회와 세상에선

이런 나의 태도가 너무 어리숙해 보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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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류의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다.

 

왜 기분이 좋지 않을까?

라고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내가 그만큼 이용당하기 쉬운 사람으로 비춰지기 때문인 것 같다.

 

때 묻지 않고, 여리고, 순진하고, 어리숙하고, 순수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사람한테 이용당하기 십상이다.

슬프지만 세상이 그러하다.

 

그런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저렇게 보이는 사람이 오히려 산전수전 다 겪어서

의외로 힘든 일을 겪어도 타격이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

이미 저런 성격과 성향으로 인해

사람으로부터 많은 피해를 보기도 했고, 상처도 받고, 실망도 많이 했기 때문에

이제 기대감이라는 게 사람에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겉으로는 순진해보여도 어쩌면 달관하고 초연한 사람일 수도 있다.

 

코요태 김종민 님이 딱 생각이 나는데,

사실 김종민 님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다.

 

겉으론 허허 웃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것 같아 보여도

그건 내가 그러해도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 주는 것일 것이다.

 

 

 

 

그 사람이 나를 이용하려 하는 게 눈에 보이지만

나는 그 사람이 좋으니까,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당해주는 거 일수도 있다.

바보처럼 왜 알면서 당하냐고 물어본다면,

 

그 사람이 좋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하나하나 계산적으로 따져가며 인간관계 하기 싫으니까.

그래서 져 주고 내 것을 내어주는 게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가끔은 저 사람이 내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이용이 끝나면 나를 더 이상 찾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냥 그 사람이 좋으니까

그리고 내가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니까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나를 필요로 하니까 

기꺼이 응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과 달리,

이 세상과 사회는 움직이는 방식이 너무 다르다.

그래서 나는 가끔 세상이 나를 억까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 같은 사람은 사회에 어울리기 힘든 성격인 것 같다.

너무 깨끗한 물에선 물고기가 살기 힘들다는 말도 있듯이,

그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깨끗한 사람도 아니지만,

 

정말 그 사람만을 위해

내 잇속 챙기지 않고,

내 거 챙기지 않고,

나만을 위하지 않고

이런 마음을

세상은 그리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를

나 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만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용하는 것 같다

 

피해 의식이라면 피해 의식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나 같은 사람들이 손해보면서 사는 건 팩트니까.

 

늘 진심이었고, 나의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내주었던 나와는 달리,

속마음을 감추고, 내 밥그릇 먼저 챙기고,

내 것을 뺏기지 않으려, 하나라도 더 얻으려 눈치싸움하고 기싸움하는 게

사회가 돌아가는 이치인가 보다.

그래서 나 같은 사람을 호구라고 부르곤 하지.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이렇게 계산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마치 순수 학문을 전공하는 것 같은 마음이다.

순수 학문을 전공하면 당연히 취업이 어렵다.

세상 살기, 먹고 살기 어렵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 학문 자체가 좋아서 하는 공부는

결국 밥벌이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순수'는 그 자체만으로도 존귀하다고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해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삶의 방식 또한

어쩌면 '순수'에서 파생되어 온 것일 테니까.

예를 들어, '철학'이 모든 학문의 근본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어쨌든 요즘 내가 느낀 것은

내가 보편적인 삶과 가치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딩크도 그렇고,

30대 중반이 넘어가는 데도 계산적으로 인간관계를 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삶과 인생에 정답은 없다고는 하지만

그냥 이렇게 '때 묻지 않았다'라는 말을 들을 때면

참 회의감이 들곤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나도 산전수전 많이 겪은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모질지 못하고 순진해 보이는 것 같아서.

 

왜 그런 사람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

내가 더 강해져야 할까?

그냥 그런 사람들이 나쁘고 잘못된 거 아닐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선 내가 더 강해져야 한다.

나는 왜 그러고 싶지 않지?

그냥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사람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그 사람이 비겁한 게 아닐까?

맞잖아

자기랑 동등하거나 자기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랑

대등하게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없으니까

나보다 약해보이는 사람한테 접근해서 이용하는 거잖아.

 

마치 쇼미더머니에서 디스배틀 할 때

내 진출을 위해서 나보다 약한 사람, 내가 바르고 갈 수 있는 사람을 고르는 래퍼처럼.

솔직히 이해는 가.

근데 멋있어 보이진 않아.

 

난 바보같다는 소리 들을지언정

멋 없게는 안 살래.

 

이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

누가 보면 참 답답하다고 생각하겠지?

편한 길 놔두고 왜 맨날 어렵게 가냐고.

 

그런데 잘 모르겠어.

그런 건 멋이 없어.

 

그냥 이젠 내 나이되니,

내 자신을 바꾸는 것보다

이런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

 

누가 뭐래든.

그냥 내 스타일 대로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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