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몽상가 유원입니다 :)
불가사의한 반말 던전 카테고리의 [반말 일기] 글들은
제가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두서 없이 적는 글입니다.
따라서, 편의상 반말로 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기에
이 부분이 불편하신 분들은
다른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유 원 드 림 -
네가 특별하게 생각되었던 이유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들과는 달리
나를 그래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몇 명의 남자를 만났는지,
그 남자가 어땠는지,
그리고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그런 것들을 알고도 변함 없이 나를 똑같이 대해줬다는 점.
그렇게 나를 편견 없이 대해줬다는 점.
그 점이 너에게 너무 고마웠고,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도 참 즐거웠다는 점도.
성격이 예민한 탓에 늘 누구와 있어도 불편하고, 어색하고, 경계하는 나인데
너에게만큼은 마음 편하게 하하호호 웃으며,
별 거 아닌 일에도 떠들면서 함께 즐거워할 수 있어서,
난 그게 너무 좋았고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아주 잠깐이지만 다른 남자를 만나려 했음에도
결국 네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수없이 연락했었지.
그러면 안 됐지만..
그렇게 넌 계속 나를 받아주지 않았는데,
아주 우연히 연락이 닿아 우린 다시 얼굴을 보고 대화할 수 있게 됐어.
너무나 좋았어.
오랜만에 보니까,
사랑의 감정이나 이성적인 감정을 떠나서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우정의 느낌도 컸던, 그런 기분이었어.
잘 지내고 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그런 안부인사만으로도
그냥 친구로라도 남을 수 있다는 걸로도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어.
그래, 너랑은 연인 사이는 되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친구로라도 안부를 주고 받으면서
일상적인 고민들도 나누고 수다를 떠는 사이로 만족하자고.
그런데 내 마음 속에는, 다시 너에 대한 마음이 피어오르더라.
네가 또 욕심나기 시작했고
너와 좀 더 깊은 사이가 되었으면 바랐어.
아무리 잘라내도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자라나는,
그런 담쟁이 덩굴 같은 마음이랄까..
내 마음과 머릿속은 온통 너로 가득차게 되더라구.
이제 친구처럼 지내기로 했으니까
난 위장 여사친이 되어 너에게 또다시 연락을 했고,
예기치 않은 날 너와 번개로 만나게 되었어.
몸이 너무 안 좋다길래 우리 집에서 편하게 보기로 했지.
술은 아예 못마실 것 같다길래
그리고 식단관리 하고 있어서 고칼로리 음식은 못먹는다길래
어떻게 하면 너를 위할 수 있을까,
일을 하면서도 계속 고민했어.
늦게까지 여는 약국을 검색하고,
주문하면 90분 이내 배송오는 서비스로 간단하게 온라인으로 장도 보고,
일이 끝나자마자 편의점에서 논알콜 맥주도 사고,
약도 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간단한 재료들을 손질해서
너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어.
참 설레더라.
넌 나에게 그닥 잘해준 건 없지만,
그래도 난 늘 한결같이 잘해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
그런데 그날 너는,
내가 너를 위해서 했던 노력과는 다르게,
육체적인 관계만 원하더라고.
만나서 말 몇 마디 섞지 않았는데도
바로 관계를 시도하며
나를 안으려 하는 너의 모습은,
솔직히 많이 실망스러웠다.
그 모습은,
여느 남자들이 나에게 보여줬던 모습과 별다를 거 없었어.
너를 그리고 너와의 관계를 특별하게 생각했었는데,
네가 나에게 보여준 그 모습은
별로인 남자들과 별다를 거 없었기에
솔직히 정이 떨어지더라.
네가 특별하다는 생각 때문에
너를 내 마음에서 지우기 힘들었지만,
이젠 너도 다른 남자와 다를 것 없다는 걸 느꼈으니
이제 너를 정말로 내 마음속에서 내보낼 수 있을 것 같더라고.
난 늘 널 위해 노력했다.
너와 내가 성격이 많이 다르고,
연애 타입도 다르고,
사귀게 된다면 많이 부딪힐 것도, 나도 너처럼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우리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늘 좋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고,
내가 괜찮은 여자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신경썼어.
그렇게 애쓰는 나와 달리,
넌 우리가 사귄다고 생각하면
부딪힐 일이 많을 것 같고,
부딪혀도 크게 부딪힐 것 같고,
서로 보이기 싫은 모습을 보이면서 아주 크게 싸우게 될 것 같다며,
그런 걸 극복하면서까지 연애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다며,
늘 부정적으로 나와의 미래를 단정지었지.
이젠 나도 김이 빠지더라고.
이렇게 노력하고 애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고.
뭐가 됐든, 이제 넌 나에게
그저 그런 남자들 중 한 명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런 이유로 나도 널 쉽게 잊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동안 나눴던 대화들, 추억들
모두 다 내 일방적인 노력과 희생으로 유지되었던 것 같아.
단지 널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네가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네 입장에서 생각하고 도와준 적도 많았지.
네 마음을 얻기 위해 무던히도 혼자 노력했던 것 같아.
그런데 이제는, 이제야 말로, 너와의 인연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전엔 이런 결심을 수도 없이 반복했지만
그 끈을 놓을 수 없었어.
버려도 다시 그곳으로 찾아가 주워왔었어.
하지만 이제는 그 끈을 버리고 완전히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조금은 허전하겠지만,
결국 너를 만나면 난 어두워져.
같이 있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하지만,
네가 가고 나면 난 생각이 많아지고
그런 생각들은 내 표정과 마음을 어둡게 만들곤 해.
이제 너로 인해 그만 슬퍼하고 싶어.
그래서 이제 나는 널 떠나려고 해.
그러든 말든 너와는 상관없겠지만.
이제는 진짜 너를 떠날 수 있을 것 같아.
이제 난 그만 애 쓰고, 다시 내 삶으로 돌아갈게.
행복하고, 잘 지내고, 아프지 말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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