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말 일기] 어차피 우리는 진짜 안 어울려
안녕하세요, 몽상가 유원입니다 :)
불가사의한 반말 던전 카테고리의 [반말 일기] 글들은
제가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두서 없이 적는 글입니다.
따라서, 편의상 반말로 제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기에
이 부분이 불편하신 분들은
다른 글을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유 원 드 림 -
어차피 우리는 안 돼.
어차피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어.
어차피 우리는 안 어울려.
마냥 연애만 할 수 없고
결혼까지 생각해야 할 나이니까
네가 이것저것 나를 재며 따졌듯
나도 이것저것 너를 재며 따져볼게
일단 학벌
난 대졸, 넌 아마도 고졸
난 주5일 직장인,
넌 낮과 밤이 바뀐 프리랜서
난 고정적인 월급,
넌 늘 변동적인 수입
나는 규칙적인 일상,
넌 변동적인 일정
나는 착하게 생겼고,
넌 양아치처럼 생겼지
타투 하나 없이 깨끗한 내 몸
전신 곳곳에 있는 너의 타투들
나도 예민하고
너도 예민하고
나도 까칠하고
너도 까칠해
우리는 절대 화합이 될 수 없어
우리는 어울리지 않아
너는 네가 나보다 이뤄놓은 게 더 많을 거라고 했지만
글쎄,
지금 당장 수중에 넌 돈도 없어보이고
너한테 얘기 안 한 것들도 많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실속있게 모아놓은 돈도 더 많을걸?
남사친 하나 없는 집순이인 나
여사친 많고 음주가무가 디폴트인 너
내 친구들의 이미지,
네 친구들의 이미지
우린 서로 어울리는 사람들 자체가 달라
우린 안 어울려
내 친구들 사이에서 어울리는 네 모습?
네 친구들 사이에서 어울리는 내 모습?
전혀 상상이 안 가
전혀 어울리지 않아
우린 그냥 다 안 어울려
고정적인 연락을 좋아하는 나
네가 연락을 하고 싶을 때만 하는 너
서로 일상을 확인하면서 결속력과 안정감을 원하는 나
그런 게 모두 구속과 집착처럼 느끼는 너
우리 둘이 같이 사진을 찍는다?
안 어울려
우린 그림체가 너무 달라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고
전혀 비슷한 구석이 없어
끼리끼리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서로 닮은 사람들끼리,
잘 어우러지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까지 하는 건가 봐
그런데 우린 아니야
우리 둘이 일상적인 데이트를 한다?
그냥 밥 먹고 카페가는 평범한 데이트를 한다?
안 어울려
우리 둘이 같이 서 있는 그 모습이 하나도 어울리지 않아
우린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어
우리 가족끼리 하하호호 떠드는 자리에
네가 함께 한다?
이질감이 들고 어울리지 않아
우리 부모님,
내가 너랑 결혼하겠다고 하면
대성통곡하며 머리 쥐어뜯으며 기를 쓰고 말릴 거야
순둥순둥한 내 동생마저도
언니 이건 아니라며
제발 이건 아니라며 말릴 게 눈에 보여
가족뿐이 아니야
내 친구들, 나를 아끼는 사람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그런 상황들이 그려져
이런 예상되는 난관에도,
그런 걸 초월할만큼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네가 나한테 잘해주는 것도 아니고
네가 날 좋다고 매달리고 따라다녀도 모자랄 판에
넌 나에게 하나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닌데,
그냥 내가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만 매달린 거야
정신 차리자 진짜
이제 영양가 없는 남자는 그만 만나자
제발 눈을 높이고 내 가치를 높이자
어딜, 가당치도 않은 남자한테 눈 돌아가지고 정신을 못차리니?
현실을 직시해 제발
그 남자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니야
그 남자는 나를 힘들게만 하는 사람이야
힘든 건 사랑이 아니야
남자로 스스로를 해치지마 제발
이제 진짜 정신 차려
우린 어울리지 않아
우린 잘 될 수 없어
우리에겐 비극 뿐이야
나는 더 나은 남자 만날 수 있어
아니, 안 만나도, 못 만나도 돼
근데 이 남자는 진짜 아니야
아닌 건 아닌 거야
정신 차리고, 마음 단디하자.